2020.11.07. 21:05
KPC. 야마다 이치로 / PC. 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이치로가 입원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놀라울 정도로 이치로는 당신에게 관심 한 번을 주지 않았죠.
가끔 당신이 이치로와 직접적으로 닿았을 때나 깜짝 놀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는 게 고작이었을 정도로 이치로는 당신에게 무관심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오늘도 그의 문병을 왔네요.
이치로는 당신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나 시선을 주는 듯 하더니 이내 다시 텅 빈 벽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별 수 있겠어요. 당신은 당신 나름대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오늘도 여김 없이 이 몸이 귀한 시간을 내어 방문을 해주었더니 시선 한 번 대충 주고는, 벽에 꿀이라도 발라놓은 건지 모른 채를 하는 것에 실소를 흘리며 부러 힘을 주어 병원 문을 닫는다. 주변을 대충 둘러보며 네 곁으로 다가간다.) 이치로. 넌 퇴원 언제 할 생각이냐? 이런 곳에 한 달 동안 갇혀 있으면 없던 병도 생기겠네.
야마다 이치로:... (병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히는 것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아무 대꾸 없이 벽만 바라보았다.)
SYSTEM:<창문>,
<화이트보드>, 이치로가 있는
<침대> 침대 옆
<의자>,
<작은 협탁>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SYSTEM:날씨가 좋습니다. 천천히 해가 지고 있네요.
계속 병실 안에 있던 이치로를 위해 조금 열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모처럼 날씨도 좋은 데 폐인도 아니고 문을 꽁꽁 닫고 있어? (창문을 열자 기분 좋은 바람이 느껴진다. 해가 지고 있는 걸 보아하니 새삼스럽게 오늘 하루도 다 지나간 것이 실감 난다. 발걸음을 돌려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벽만 바라보는 이치로를 눈동자만을 굴려 쳐다보다 화이트보드를 향해 다가간다.) 하루 종일 뭐 했냐?
야마다 이치로:... (그의 말은 듣는둥 마는둥,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에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 열린 창문 밖이나 바라보았다.)
SYSTEM:오늘의 날짜를 적을 수 있는 칸이 프린트되어있고, 그 외의 공간은 자유롭게 적을 수 있는 작은 화이트보드입니다.
오늘은 11월 8일. 그 외에 적힌 것은 없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제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주제에 열린 창문에나 시선을 주는 것이 달갑지 않음과 동시에 묘한 분노가 치밀자 눈가를 찌푸리며 네가 있는 침대를 향해 걸어간다.) 이봐, 이 몸의 말을 무시하니 맛있지?
야마다 이치로:(그가 제게 다가오는 것에도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창문 밖만 바라보며 느릿하게 눈을 끔뻑였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혀를 차며 네 머리를 강하게 손으로 눌러버린 뒤, 작은 협탁을 바라본다.)
야마다 이치로:(머리가 강하게 눌리고 나서야 상체를 살짝 숙였다가, 그를 힐끗 바라보고는 제 머리를 몇 번 문지른 뒤 다시금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협탁 위에는 꽃이 꽂혀있는 화병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협탁 위에 놓인 화병 안을 자세히 살펴본다.)
[지능] 판정 입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SYSTEM:문득 망종화의 꽃말이 떠오릅니다. 분명... ‘당신을 버리지 않겠어요’ 였죠.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머리를 누른 것에 힘이 가해지자 상체를 살짝 숙이고는 제 머리를 문지르는 것에 묘한 만족감에 휩싸이다 곧바로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에 다시금 미간이 좁혀진다. 누굴 닮아서 고집이 저렇게 쎄? 끝까지 말 한마디 안 내뱉네. 고개를 돌려 망종 화가 담긴 화병을 잠시 들어본다. 망종화의 꽃말이 …일부러 뒀나? 뭐, 그럴 리가 없지. 협탁 위에 화병을 내려놓으며 첫 번째 서랍을 얼어본다.)
SYSTEM:서랍의 첫 번째 칸은 잠겨 열리지 않습니다.
SYSTEM:힘을 줘 열어보려 해도 열리지 않습니다. 아마도 열쇠가 필요할 것 같네요.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두 번째 서랍을 열어본다.)
SYSTEM:두 번째 칸은 고장이라도 난 건지, 열리지 않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뭔 서랍장이 열리지도 않아! 뭘 숨겨놓은 거냐. (두 번째 서랍 문에 힘을 주어 열어본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근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SYSTEM:당신이 억지로 서랍을 열어보려 하자... 서랍이 더욱 망가졌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시발... (힘을 주어 억지로 열려는 탓에 망가진 서랍을 잠시 바라보다 세 번째 서랍을 열어본다. ... 새로 사주면 되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하지 않겠지.)
야마다 이치로:(망가진 서랍에 슬쩍 시선을 주었다가, 눈을 돌려버린다...)
SYSTEM:세 번째 칸엔 딸기 맛 사탕이 몇 개 들어있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으며 네게 딸기 맛 사탕을 집어던진다.) 애송이는 사탕이나 먹어라.
야마다 이치로:(말 없이 그가 앉은 의자를 몇 번 힐끔거렸을까, 고개를 숙이고는 제게로 던져진 딸기맛 사탕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그렇게 사탕을 만지작거리며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던 이치로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당신도 어쩐지 잠이 오는 기분입니다.
이치로는 여전히 침대에 기대 앉아있고, 어쩐지 전보다 더 피곤해 보입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망할, 의자에서 잠들다니 최악이다. 허리가 지끈거리는 것에 주먹으로 대충 두드리다 여전히 침대에 기대어 전날보다 피곤한 낯짝으로 앉아 있는 이치로를 바라본다. 설마, 이 몸이 신경 쓰여서 못 잔 건 아닐 테고 왜 저렇게 다 죽어가?) ... 깨우지 그랬어. (민망함에 뒷머리를 매만지고는 고개를 돌린다.) 아무튼, 잠 못 잤냐? 얼굴 꼴이 말이 아니잖아.
야마다 이치로:... (어제와 별 다를 것 없는 반응.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눈을 슬쩍 부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옵니다.
간호사: 안녕하세요, 야마다 씨. 오늘은 몸이 좀 어떠세요?
가벼운 인사말과 함께 간호사가 이치로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야마다 이치로:(간호사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 오늘도 그렇게 나쁘진 않슴다.
간호사에게는 잘만 대답하는 이치로의 모습이 어쩌면 당신에겐 짜증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네요.
간호사: 아! 저번에 말씀하신 협탁 서랍은 고쳐놨으니 이제 사용하셔도 괜찮아요.
서랍, 분명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완전히 망가져서 고치는 데 한참 걸렸다니까요? 누가 부수고 갔나?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저 새끼가? (간호사에게는 잘만 대답하는 주제에 여태 한 달 가까이 곁에서 중얼거리는 이 몸의 말은 잘도 무시한 거지? 애송이 자식. 헛웃음을 흘리며 팔짱은 낀 채 의자에서 앉아 간호사가 언급하는 서랍을 힐끗 바라본다. 뭘 고치기는 고쳤다는 거야. 진즉부터 열리지도 않은 고물 협탁은 버려야지.)
야마다 이치로:(고쳐진 서랍을 바라보고는) 항상 신경 써주셔서 감사함다.
간호사: 뭘요. 음? 창문, 열어두셨네요? 날도 쌀쌀한데 환기는 짧게. 감기 조심하셔야죠.
(창문을 닫고는) 다음에는 의자를 하나 더 가져올까요? 늘 혼자 계시느라 적적할 텐데 바깥 구경이라도 하시라고.
야마다 이치로:... 번거롭게 그러실 필요까진 없슴다. (긁적)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이젠 쌍방으로 이 몸의 존재를 무시한다 이거지? 시발. 어디 가서 존재감 없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잘하는 짓들이야. 창문을 닫는 것을 잠시 바라보다 잠시 의자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서랍을 열어본다.)
SYSTEM:두 번째 서랍을 열어보니,
라이터 하나가 들어있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서랍 안에 놓은 라이터를 들어본다.) 이 녀석... 담배라도 피우는 건가. 죽어도 안 핀다고 거절하더니. (침대에 앉아 간호사와 노닥거리는 이치로 자식을 바라보다 라이터를 켜본다.)
간호사: 그런가요? (화이트보드로 다가가 보드마카를 든다.) 어디보자... 오늘은 11월 9일! (날짜를 바꿔 적다가, 라이터를 켜는 사마토키를 보고는 놀란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 어머! 라이터가!
SYSTEM:간호사가 떨어뜨린
파일철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왜 호들갑이야. (라이터의 불을 끄고는 대충 바지 주머니에 챙겨 넣는다. 뒤도 안 돌아보고 뛰쳐나간 간호사를 한심하게 바라보다 허리를 숙여 파일철을 주어 펼쳐본다.)
SYSTEM:이치로의 상태와 처방을 정리해놓은 종이들입니다.
이치로가 입원한 지 벌써 2년이 지났고 환각, 환청에 시달린다 적혀있네요.
입원 후 꾸준히 증상이 호전되다 최근 들어 부쩍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파일철에 적힌 글을 훑어보다 혀를 찬다. 한 달간 처박혀 있었으면 악화될 게 아니라 병상에서 뛰쳐나가야지. 건강한 것을 제외한다면 시체 같던 놈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병상에 누워있잖아.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확실히 …겉보기엔 멀쩡해 보였지. 잠시 이치로를 바라보다 약간은 심통이라도 난 듯한 말투로 차갑게 쏘아붙인다.) 환각에 환청이라니, 잘하는 짓이야. 안 그러냐? (침대로 다가가 피곤해 보이는 네 얼굴을 내려보고는 허리를 숙여 손으로 뺨을 쓰다듬는다.) 빨리 퇴원이나 해라. 네 동생들 집에서 기다리다 앓아눕겠어. 물론, …이 몸도 이곳 말고 밖에서 보고 싶고.
야마다 이치로:... (파일철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제 뺨에 닿는 손길에 그를 응시했다. 잠깐 그의 손길을 느끼듯 말이 없다가,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러한 행동을 하는 와중 당연하게도, 그가 건네는 말들에 대한 대꾸는 없었다.)
...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려니 하며 당신의 집으로 돌아갔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당신은 오늘도 어김없이 병실을 찾았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은 왜 이치로의 병실로 바로 향하고 있는 걸까요.
그는 당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인데요.
이치로는 몸을 둥그렇게 말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몸을 잘게 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서서히 병실 안으로 기어들어 오는, 기분 나쁘게 꿀렁이는 새까만...
아오히츠기 사마토키:SAN Roll기준치: | 60/30/12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여김 없이 또 이치로 녀석에게 가는 발걸음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무어라 말을 해도 통 대답은커녕 시선 하나 주지도 않는 애송이가 뭐가 예쁘다고 … 답답한 마음에 숨을 내쉬며, 병실 문을 연다. 침대 위에 몸을 동그랗게 만 채 이불을 뒤집어쓴 네 모습에 당황한 듯 살짝 커다래진 눈으로 바라보다 잘게 떨고 있는 것에 주변을 둘러보자 문가에서 새어 나오는 새까만 촉수 다발에 불쾌감에 서린 얼굴로 그것을 등지고 네 곁으로 다가가 꼭 끌어안아준다.) 저딴 걸 왜 보고 있어. 가뜩이나 환각도 보는 주제 …신경 쓰지 마. 아무것도 못 본 걸로 생각해. (네 머리칼에 손가락을 묻어 조심스레 쓰다듬어준다. 병실 안으로 들어오려는 그것을 다시금 바라본다.)
이치로는 쭉 저런 것들을 봐 왔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촉수는 당신과 이치로에게 별 다른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만... 가만히 보고있자면 기분이 나쁩니다.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이치로는 가까스로 몸을 추스르고 일어납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천천히 사라지는 촉수를 바라보며, 끌어안던 네 몸을 놓아준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는 네 모습에 입을 달싹거리다 고개를 돌려 그대로 병실을 다시 한번 둘러본다.)
야마다 이치로:(자신을 끌어안는 감각, 그 뒤를 잇는 따듯한 손길과 온기에 어느정도 진정이 된듯 이불을 걷어내고, 상체를 일으켜 앉아 문가를 바라보았다. 사라졌구나. 그래도 완전히 안심이 되는 건 아닌지 손이 미미하게 떨려 주먹을 꾹 쥐었다.)
SYSTEM:병실은 전과는 다르게 협탁
첫 번째 서랍의 잠금장치에 열쇠가 꽂혀있고,
화이트보드에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화이트보드를 바라본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필요해. 아니면 네가 잿더미가 되던가.
SYSTEM:당신이 눈을 깜빡인 순간, 글자는 사라졌습니다.
[이성] 판정.
아오히츠기 사마토키:SAN Roll기준치: | 58/29/11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모든 일에 대가가 필요해? …그러고 보니, 협탁 위에 놓여있던 능소화를 떠올리고는 헛웃음을 흘리다 첫 번째 서랍을 열어본다.)
SYSTEM:첫 번째 서랍 내부에는 편지 봉투가 수북하게 들어 있습니다.
어느 봉투에도 우표는 붙어있지 않네요.
발신인과 수신인은 전부 동일합니다.
이치로로부터, 사마토키에게.
평범한 일상에 관한 내용이 전부입니다.
비교적 최근 것으로 보이는 편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X월 X일
오늘은 날씨가 좋았어. 문득 2년 전, 당신하고 유독 자주 마주쳤던 그 날 생각이 나는 거 있지. 편의점, 타코야키 가게 앞, 사우나, 그리고... 유원지까지. 그땐 사이도 별로 안 좋아서 볼 때마다 투닥거렸었잖아. 짜증내면서도 실은 우리가 닮은 구석이 있는 건가, 생각했었는데. 하하. 그럴 리가 없지.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같이 가보고 싶어. 꽤 좋아하는 장소들이거든.
X월 X일
당신하고 처음으로 같이 애니메이션 보던 게 생각났어. 당신이 유치하게 뭘 그런 걸 보냐고 시큰둥해 하면서도 나름 집중해서 봤었잖아? 되게 귀여웠는데. ... 요즘은 TV를 보는 것도, 휴대폰을 하는 것도 무리라 못 본지 꽤 됐네. 만화. 라노벨도 그렇고. 퇴원하면, 또 같이 봐줄래?
X월 X일
SYSTEM:가져왔던 짐을 정리하다 이전에 하고 다녔던 피어싱을 찾았어. 어릴 때, 당신을 너무 동경한 나머지 뚫었었는데. 이제 다시 쓸 일은 없겠지만, 이걸 보고 있으면 당신 생각이 나. ... 아. 요즘은 이상한 것들이 덜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 의사도 더 악화된 것 같대. ... 오늘은 이만 줄일게. 안 좋은 소리 해서 미안. 그리고 나, 당신을 본 것 같아. ... 있을 리가 없는데.
최근의 편지들은 이것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첫 번째 서랍 내부에 쌓인 편지 봉투에 잠시 넋을 놓다가도 발신인과 수신인의 낯선 이름에 눈길을 두다 끝내 손을 뻗어 봉투를 펼친다. 편지를 넘기며, 생각 보다 침착하게 가라앉는 이성과는 반대로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쥐고 있는 편지가 살짝 구겨졌다. 여태,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던 건 무시한 게 아니라 …이미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거냐. 툴툴거리다가도 금세 눈치를 보며 비위를 살펴주는 네 모습이 떠오르자 입가가 틀어졌다. …거지 같네. 손에 쥐고 있던 편지지를 협탁 위에 내려놓았다. 쓸데없이 다정한 새끼. 상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했던가. 설마, 아직도 미련 못 버리고 남은 건 이 몸일 수도 있겠네. 모양 빠지게 이게 뭐냐. 눈가를 손으로 덮으며 잠시 숨을 깊게 들이 내쉰다.)
당신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동안 입을 다물고만 있던 이치로가 입을 엽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복잡한 마음에 눈을 내리깔고는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이 움찔거린다. 제대로 확인사살하는 것도 아니고 … 입꼬리를 틀어 올려 네 질문에 대답한다.) 어.
야마다 이치로:... 만약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제발 여기서 나가. 나가서 당신의 삶을 살아.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이 몸 말은 여태 무시해놓고 네 말은 들으라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네. 네 곁으로 다가가 물끄러미 네 얼굴을 바라보다 시선을 아래로 두어 미미하게 떨고 있는 주먹에 손을 얹어준다.) 언제 네 말 들은 적 있냐?
야마다 이치로:... (떨리는 주먹 위로 닿는 감각에 손을 슬쩍 빼내고는) 이제 더이상 날 찾아오지 않아도 돼. ... 잘 가, 사마토키.
그 말을 끝으로 이치로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SYSTEM:당신은 문 밖을 나서거나, 병실에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빠져나가는 온기에 눈을 천천히 깜빡거리다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네 모습을 바라본다.) 네가 여기 있는 데 가기는 어딜 가.
의자에 앉아 당신을 등지고 누워 잠을 청하는 이치로를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점점 눈이 감기는 것 같습니다.
어제 결국 당신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나 봅니다.
문득 협탁 위로 시선이 향합니다. 그새 협탁의 꽃이 바뀌었네요.
망종화는 치워지고 그 자리에 로즈마리가 꽂혀있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SYSTEM:‘나를 생각해요’였던 것이 떠오릅니다.
이치로는 깊게 잠든 것인지 눈을 감고 누워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치로가 잠든 모습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항상 그가 눈을 감기 전, 당신 역시 잠들어 버리고 말았으니까요.
SYSTEM:작은 노트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매번 의지와는 다르게 눈이 감기는 바람에 잠든 네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 깊게 잠든 건지 여태 침대 맡에서 누워있는 것을 말없이 바라보다 옆에 놓인 노트를 펼친다.)
SYSTEM:노트의 앞부분은 글씨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습니다.
조악하고 거칠게 그려진 그림들,
수없이 많은 촉수들과 광기에 번들거리는 눈들만이 페이지를 가득메꿉니다.
[이성] 판정.
아오히츠기 사마토키:SAN Roll기준치: | 58/29/11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노트의 앞부분을 채운 거칠게 그려진 그림이, 저번에 문틈 사이에 스며 들어오던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광기에 번들거리는 눈과 시선을 마주하다 코웃음을 치며 노트를 넘긴다. 지금의 이 몸이 저것들과 다를 게 있나.)
SYSTEM:한참 뒤로 넘기다 보면 드디어 읽을 수 있는 페이지들이 나옵니다.
괴물들은 여전히 눈에 보이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것 같다.
눈을 감으면 그때의 끔찍한 광경들이 눈에 선하다.
...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중간의 글자들은 너무 휘갈겨있어 읽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 조언을 해줬다. 편지를 써 보라고.
부담스럽다고 (그래서 여전히 동생들도 만나고 있지 않으니까.) 했더니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보라고 하더라.
SYSTEM:처음에는 무슨 소리냐 흘려들었지만 나쁘진 않을 거 같아서. ...거짓일지라도.
한동안 사람들의 초상화가 이어집니다.
성별, 연령, 인종이 다양해 공통점을 찾기 힘듭니다.
그리고 몇 장 더 넘기다 보면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예. 아오히츠기 사마토키, 당신의 초상화요.
당신의 초상화가 나온 이후로 그림은 당신의 것밖에 없습니다.
SYSTEM:감정표현, 옷매무새, 신체적 특징...
또 한참을 넘기면 다시 글자가 나옵니다.
SYSTEM: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성은 碧 자에 棺 자를 쓴다.)
25세 / 11월 11일 생. 직업은 야쿠자.
은발, 적안의 미인이다. 성격은 다혈질에 까칠하나 잘 보면 상냥한 면도 있음. (갭모에.)
나랑 동갑인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죽고 못 사는 시스콤.
첫만남은 2년 전 쯤. 더티독 시절 꽤나 동경하던 사람이었다. 현재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사이가 틀어져 투닥거림.
답장이 오지 않을, 읽히지도 않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편지가 서랍에서 넘칠 때 쯤이면 나도 돌아갈 수 있을까?
SYSTEM:한동안 괜찮아진 듯싶더니 요즘 들어 부쩍 악몽을 자주 꾼다. 이제 슬슬 버티는 것도 힘들어서 놓아버릴까 했는데, 익숙한 얼굴을 봤다. 사마토키? 그럴 리가없는데...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잖아.
꿈에서 누군가 말했다. 사마토키가 내 생명을 먹고 실체를 얻는 거라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 사마토키가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은데 하나도 안 들려. 정말 당신이 내 목숨을 먹고 자란다면 기꺼이...
당신은 자신이 만들어진 존재이며, 당신을 이루는 모든 기억은 전부 정교하게 짜여진 거짓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이치로의 목숨을 좀먹고 있다는 것도요.
우리의 관계를 정의하는 모든 것들이 거짓이었다면, 우리는 예전과 같은 관계일 수 있을까요?
아오히츠기 사마토키:SAN Roll기준치: | 58/29/11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오히츠기 사마토키:(한참을 노트를 넘기다 글자가 적힌 페이지에 적힌 글을 천천히 읽어간다. 후두부를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듯 얼얼한 감각에 깊게 숨을 내뱉는다. 손에 힘이 풀린 탓에 손에서 노트가 떨어졌다. 가상의 존재라 … 지금 이 몸이 말하고, 생각하고, 존재하고, 숨을 쉬는 이 모든 상황이 이치로. 이 애송이에 의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거지? 최근 들어 환각이나 환청을 보고 듣게 된 것도 현실에 있을 리 없는 존재가 나타난 탓인가. 기생충도 아니고 이제 겨우 애송이 티를 갓 벗어난 녀석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니 말이 되냐. 지금 느끼는 이 감정도 다 네가 만든 거겠지. 알 수 없는 감정에 말없이 잠든 네 모습을 내려다본다.)
당신이 모든 진상을 알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죽은 듯 숨만 쉬던 이치로가 일어납니다.
당신을 보고 제법 당황한 눈치지만 이내 알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로 말을 겁니다.
야마다 이치로:... 사마토키. 이렇게 마주보는 건... 처음이네. (힘겹게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켜 앉아 시선을 그에게 두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어제 보다 더욱 안 좋아진 안색에 표정을 굳히며 네 낯을 바라본다. 자신을 응시하는 두 눈이, 오늘따라 더욱 마주하기 힘들어 고개를 돌린 채 눈을 내리깔았다. 늘 이 몸만 널 바라볼 수 있었겠지. 너야,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 그저, 괴물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만든 인물이었겠지만.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에 아랫입술을 깨물며 한 글자씩 힘을 주어 내뱉는다.) ... 다 죽어가고 잘하는 짓이다.
야마다 이치로:... 하하,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힘없이 웃다가 고개를 숙이고는 손을 꼼지락거렸다.) ... 왜 떠나지 않은 거야? 더 이상 오지 않아도 좋다고 했었는데.
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건가. (씁쓸해지는 입가를 혀로 축이며 고개를 숙인 채 손을 꼼지락거리는 네 손 위에 손을 얹어준다. 왜 떠나지 않았냐고? …글쎄, 왜 떠나지 못해서 알고 싶지 않은 것까지 알게 된 걸까. 입꼬리를 올리며 반대 손으로 네 뺨에 손을 가져댄다.) 결말은 내야지. 인정하기 싫지만 … 어쨌든, 넌 이 몸을 만든 장본인이잖아. 누가 조언해 줬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을 벗어나게 된다면 그 자식 멱살 쥐고 때려버려라. 이 몸은 못 나가니까 네놈 보고 대신 때리라고 시키는 거야. 그러니까, 거절하지 마. 알겠냐? (쓰다듬던 뺨에서 손을 떼어내며 네 눈을 말없이 바라본다. 색다른 두 눈동자가, 유난히 맑게만 느껴져서 죄책감이 들 정도야.) 죄인처럼 고개 숙이지 마. 아무리 이 몸 앞이더라도 기죽지 말라는 말라고. 알겠어?
야마다 이치로:(어쩌다 이 꼴이 됐더라. 평소에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멋대로 떠올라 괴로웠던 기억들을 이제야 자신의 의지로 더듬어보았다. 여전히 괴롭고, 두려운 기억이었으나 그가 옆에 있어 조금은 나았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의 손이 얹힌 손을 가볍게 말아쥐고는 손바닥에 살짝 볼을 부볐다.) ... 그건 무리. 나야말로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거든. (뺨에 닿았던 온기가 사라지고, 저를 향한 붉은 두 눈을 마주한다. 묘하게 서린 듯한 죄책감에 괴로운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한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 왜 그런 눈이야. 당신이 죄책감 가질 이유는 아무것도 없는데. (팔을 뻗어 그를 안아주고는) ... 있잖아, 사마토키. 아무래도 내가 죽어야 당신이 살 수 있는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가) 나는 이제 지쳤어. 약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나아질 기미같은 건 보이지 않으니까. ... 그래서 말인데, 나는 당신이 내 대신 살아줬으면 좋겠어.
아오히츠기 사마토키:(팔을 뻗어 안아주는 것에 굳어있다 머뭇거리며 네 몸을 마주 끌어안는다. 어깨에 고개를 묻고는 귓가를 파고드는 목소리를 조용히 듣다 나약한 소리를 내뱉는 네 말들이 유난히도 쓸쓸해지는지. 비록, 만들어진 기억들일지라도 충분히 행복한 기억도 많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영 달갑지 않았는데. ... 웃기는 일이네.) 이치로, 네가 이 몸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허공만 보면서 막연히 환각이나 환청을 볼 때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보고 있는데 보고 싶었다. (고개를 들어 올려 네 입술에 입을 맞추고 네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넘겨준다.)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까 안 어울려. 너 대신 살라고? 삶에 대한 의지를 갖는 순간의 긴장과 구차함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싫거든. 욕망을 갖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이곳에서 나갈 수 있도록 이 몸이 도와준다. …넌. (머뭇거리다 말을 잇는다. 기대고 있던 네 몸에서 떨어지며 끌어안고 있던 네 팔을 내려놓는다.) 이곳에서 나가게 되면 …이 몸과 관련된 건 다 잊어버려.
야마다 이치로:... 우습지 않아. (저 또한 이따금 그가 보였을 때, 그런 기분을 느꼈을 터다. 보이지는 않지만, 곁에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또한 마찬가지였겠지. 짧은 입맞춤이 마냥 따듯하게 느껴지지는 않아 가슴 한 켠이 시려온다.) ... (당신이라면 그런 식으로 말할 줄 알았지만, 제 예상을 한 치도 빗나가지 않은 게 지독히도 마음이 아파서, 괜히 눈가가 뜨거워졌다.) 당신도 알잖아. 내 상태가 어떤지. 난 여기서 못 나가. ... 만에 하나 나간다 한들 당신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내 욕심으로 만들어진 존재라고는 해도, 이렇게 당신을 봐버렸는데. (양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동생들을 못 본지도 벌써 2년이 지났어. 아직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고. 그런 와중에 당신마저 없으면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돼?
아오히츠기 사마토키:그래도 잊어. 어차피 없던 존재인 데 뭘 신경 쓰고 있는 거냐. 이 몸은 한 번이라도 너와 대화할 수 있어 지금 이 순간이 미치도록 행복한데 넌 아니냐?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는 네 손을 잡아 내린다. 이 몸은 아는 너는, 동생들을 끔찍하게 아끼는 브라콤에 …쓸데없이 다정했어.) 2년 동안 못 봐서 미쳐가는 건 너뿐만이 아닐걸. 이 몸이 장담하건대 네 동생들 당장이라도 널 이곳에서 끌어내려고 별의별 수를 다 쓰는 중일 거다. 동생들과 마주할 용기가 안 난다고? 막상 마주하면 별거 아닐 텐데 겁내지 마라. 너는 …이 병실 밖으로 나가서 네 집으로 돌아가면 돼. 이 몸은, 네가 기억 못 하는 것만큼 널 더 생각해 줄 테니까.
야마다 이치로:당연히. 당연히 행복하지. 사실은 가능하다면, 당신이랑 같이 나가고 싶어. 동생들도... 너무 보고 싶고. (어느샌가 축축해진 눈가를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듣다 크게 심호흡하고는) ... 눈을 뜬 순간부터, 다시 감는 순간까지. 그걸로 모자라 꿈에서까지 시달려. 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퇴원할 수 없는 거고. 무던히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게 있어. 당신이 있어서 조금은 나았는데, 운명이라는 게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는 것 같네. 그러니까... (그의 손을 꾹 잡는다.) 당신이 살아서, 당신만의 삶을 이어가줘. 조금 책임 전가 같지만, 가끔 지로랑 사부로도 들여다봐주면 고맙고. 안 될까?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네가 이 꼴이 된 건 다 이 몸의 영향이 커. 애초에 넌 거의 다 나아가던 중이었잖아. 동생들 보고 싶다면 봐야지. 동생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목숨 그렇게 쉽게 바쳐야 되겠냐? (심호흡을 하며 나지막이 읊어가는 네 목소리를 듣다 잡힌 손을 당겨 꼭 끌어안아준다.) 이 몸이 기분 나쁜 것들 없애주면 되잖냐. 애초에, 이 몸은 남의 삶 대신 사는 취미는 없거든. 될 수만 있다면 … 이 몸이 언젠가 널 만나러 갈 테니까 지지 마라.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고개를 틀어 네 입에 입술을 맞춘다.) 좋아해, 이치로.
야마다 이치로:다시 나아질 거라는 기대 같은 건... (안 해. 미처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그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곧, 저를 당겨 안은 그의 품이 너무나도 따듯해서, 제 손끝에서 만들어진 사마토키라는 존재가 당연하게도 자신이 생각한 이미지와 꼭 들어맞아서, 이제 다시는 마주할 수 없게 될 것을 아주 잘 알아서. 다시금 눈물이 흘러나와 뺨을 적셨다.) 한 번은 빗나가도 되는 거잖아. (떨어지는 입술 위로 다시 한번 입술을 맞물렸다 떼고는) ... 좋아해, 사마토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노력해볼게. (결코 이후의 상황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나, 그의 결심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부러 그리 답했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나아질 거다.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 인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지금 너와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한다. 눈가를 촉촉하게 적시는 네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주며 그 위에 입을 맞추었다 떨어진다.) 네가 날 만들면 잘 알잖아. 이 몸은 한 번이라도 빗나가는 건 싫거든. (다시금 닿는 입술에 조금이라도 남을 미련을 털어버리기로 한다. 노력한다고 말하는 네 앞에서 이제 와서 목숨 아까워하면 안 되지. 결말이 따뜻한 한 편의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너와 이 몸이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냉정한 법이다. 그렇다고 네가 이 몸을 만들며 행복하고, 슬퍼했던, 그리고 일생을 살아갈 널 기리며 마지막이 될 때까지 널 좋아할 이 몸이 없던 존재가 되는 건 아니니까 이것으로 만족해.) 정말, 좋아했다.
야마다 이치로:(자신의 앞날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은 죽을 때까지 사마토키를 잊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비록 자신이 만들었고, 곧 사라질 존재라 한들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기 때문에.) ... 고마웠어, 사마토키 씨.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노트를 말없이 내려다 보다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라이터를 켜 불을 붙인다.) 이 몸도 고마웠어.
비록 이치로가 스스로 삶을 넘겨주기로 했다 한들 받아서는 안 될 것이 있는 법입니다.
그리 생각했기에 당신이 이치로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이터를 켜고,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의 시작이자 끝이 될 노트에 불을 붙입니다.
점점 뿌옇게 변해가는 시야에 이치로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야마다 이치로 생환 / 아오히츠기 사마토키 로스트?
ㅋㅋ.
ㅡㅡ.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이제 와서 이딴 bgm 켜봤자 안 웃기거든. ㅡㅡ
야마다 이치로:내 텐션 업을 위한 노래라고ㅡㅡ.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이 야밤에 잠 자기 글렀구만.
야마다 이치로:처음 갔을 때도 짜고 개변할 때도 짜고 오늘도 짰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그보다 세 시간이면 끝난다면서!
아오히츠기 사마토키:ㅋㅋ 오늘도 ㅋㅋ울었다고?
야마다 이치로:둘 다 지문 치는게 늦어지니까 그렇지!!
(ㅋㅋ)
아오히츠기 사마토키:ㅋㅋㅋㅋㅋ 시발 분발했다고;
난 짜면서 해서 늦어진 거야ㅡㅡ.
아오히츠기 사마토키:ㅋㅋㅋ아니 ㅋㅋ 어느 부분에서 짠 건데.
ㅡㅡ. 몰라.
아무튼 라인에서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