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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級生KPC 아오히츠기 사마토키야마다 이치로비가 옵니다.올해 장마는 유독 길고 지루한 것 같습니다.비는 언제쯤 그칠까요?언제쯤 다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걸까 ….교실 한쪽 벽을 차지 하고 있는 투명한 창문에는 빗방울들이 가득 흘러내리고 있습니다.이 여름날 자신들이 왔다고 알리며 노크하는 것 같은 빗소리는 의외로 커서종례 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길게 이어진 장마이긴 하지만,오늘 아침까지는 분명 날이 좀 맑았던 것 같은데.우산을 가져왔던가요?:행운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
행운 기준치: 65/32/13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장마철에 방심을 할 수는 없죠.교실 뒷편 우산 꽂이함에 이치로의 노란 우산이 잘 보입니다.집까지 걸어가는건 멀지 않지만,이 빗속을 헤치고 걸어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 합니다.선생님의 목소리가 길게 늘어지고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무거운 습기에 몸을 숨깁니다.매일 취미처럼 들고 다니는 우산은 언제쯤 이치로의 손에서 멀어질까요?종례는 언제 마치는건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치로는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마토키와 눈이 마주칩니다.아.사마토키는 이치로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이치로와 눈이 마주치자 책상 밑으로 짧게 손을 흔듭니다."우산 가져왔냐?"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게 입모양을 흉내내는 사마토키입니다.그러고 보니 사마토키와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된 지도 몇 달이 지났습니다.같은 반이 된 둘은 꽤 빠른 시일내에 가까워졌고사마토키는 이치로와 이래저래 잘 맞았으니까요.이치로가 좋아하는 것.싫어하는 것.무서워하는 것 ….잘 꺼내놓지 않던 속 마음에도 사마토키는 능숙했습니다.사마토키는 이치로에게 종례 후 기다려달라고 말합니다.우산을 두고 왔으니 같이 쓰고 가자는 말을 남기면서요.사마토키는 오늘 주번입니다.종례 후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칠판과 바닥.그리고 교실을 청소하고 가야합니다.그를 기다리는게 어려운 일은 아닐거예요.야마다 이치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 책상 위에 앉아 청소를 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빗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고, 잠시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커다랗고 긴 초록 빛의 나뭇잎은 빗방울을 맞아 동그란 물기를 뚝, 뚝. 땅에 흘리고 있었으니. 그런 자연스러운 현상 마저 이곳에서는 아우러진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어 사마토키를 바라보다, 칠판을 닦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와 꽤나 친해져있었고. 그 또한 나와 친해져있었다. 우리는 친구였다. 허나 가슴 한 편으로 만족하지 못 하는 듯 채워지지 않는 이기심과 욕구가 대체 무엇을 갈망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미간을 찌푸렸다. 선생이 적고 간 공지 사항 ~ , 등의 지워져가는 글자를 바라보았다. 빗소리는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악기 마냥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르려 살짝, 입술 사이의 공백을 열어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내쉬면서.) 사마토키. 거의 다 해가?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나른해진 기분이 든다. 그러고 보니 오늘 우산 두고 왔잖아. 교실을 둘러보다 멍하니 종례를 듣고 있는 야마다 이치로의 뒷모습이 눈에 띈다. 바라보는 시선에 의식했는지 곧이어 눈이 마주치자 답지 않게 손까지 흔들며 아는 체를 했다.주번이기도 하니까, 우산 있으면 같이 하교나 하자고 해야지. 색다른 두 눈동자가 잠시 당혹스러움을 담다가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만족스러운 호선을 그리며 '고마워.' 들리지 않게 입모양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별 의미 없는 순례 인사와도 같은 종례가 마치고, 창문 밖으로 비치는 색다른 우산들의 향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서 남은 업무를 하기로 한다. 이런 날, 주번인 게 뭘까 싶다가도 얌전히 제 요구에 응한 이치로 녀석의 기다림이 그리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아 순순히 칠판에 적힌 분가루를 지우기 시작한다. 뭐가 그렇게 급한 건지 이제 겨우 칠판 하나 지웠음에도 불구하고 이 몸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만을 틀며 말을 잇는다.) 아직, 조금만 기다려.다른 반도 비슷한 시간에 종례를 했는지 교실에서 내려다 보는 운동장에는 이미 펼쳐진 우산들이 한가득입니다.파도처럼 밀려 내려가는 인파들.교실도 곧 조용해집니다.삐뚤어진 책상과 의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비가 세차게 내리는데도 반쯤 열려있는 창문으로 얇은 커튼이 둥근 공간을 가진 채 펄럭이고 있습니다.사마토키는 이치로에게서 뒤돌아 칠판을 지우고 있는 중입니다.:이치로는 아래의 구역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사마토키의 자리] [사물함 A] [사물함 B][창문] [칠판]야마다 이치로 :(기다려. 그 한 마디에 그가 키우는 애완견 마냥 정말로 기다리는 저도 참 웃기는 일이었다. 책상 위에서 발을 구르다, 가사 따위가 적혀진 노트를 펼쳐 손에서 연필을 한 바퀴 굴린 뒤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흥얼거리는 반주에 맞추어 적는 가사는 그닥 흥미가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 감정. 그리고 마음. 이런 것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적다보면 완성 되어가는 게 노래였기 때문이다. 끄적이는 행위 또한 그가 분필이 가득 묻은 칠판 지우개를 부딪히며 터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려 바라보는 것으로 금방 멈추었다. 분가루가 날려 하얗게 연기 마냥 자욱한 배경을 만들어 내는 것에 너에게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너는 그 사이에서도 아름다웠고, 또다시 심장 한 켠이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전부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병이다. 병 때문이다. 병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빗소리에 생각이 먹히기 시작했을 때 쯤, 나는 그의 책상에서 굴러 떨어지는 펜을 발견했다. 아차차. 급히 뛰어가 펜이 바닥에 닿기 전 손으로 받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자, 문득. 그의 자리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 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친해진 뒤라고 하더라도 나, 사마토키의 책상 속이라던가. 무엇이 있는 지 본 적도 없잖아. 슬쩍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칠판을 지우고 있었으니, 한 번 살펴나 볼까 싶어 고개를 숙였다.)이치로의 바로 건너편 자리에 있는 사마토키의 자리입니다.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이 깔끔합니다.책상 서랍에는 교과서, 소설책이 놓여있습니다.소설책의 제목은 '장마(上)' 입니다.내용을 살펴봐도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관찰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소설 가장 앞 페이지에 줄거리가 짧게 요약되어 있습니다.요약 된 줄거리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끊임 없이 내리는 장마 속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는 한 소년을 사랑하기로 했다.동급생으로 만난 둘의 눅눅하고 선명한 이야기 ….'사마토키는 이곳에서 항상 탐사자를 바라보곤 했습니다.수업시간에 서로 눈이 마주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잖아요?자리에 한번 앉아볼까요?야마다 이치로 :(장마? 소설?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인데. 순간적으로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고는 자리에 앉아보았다.)이치로가 사마토키의 자리에 앉으면 칠판을 지우고 있는 사마토키의 뒷모습이 정면으로 보입니다.이치로의 기척을 알아 챈 사마토키가 슬쩍 뒤를 돌아봅니다.그리곤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는 이치로의 모습을 바라봅니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자신의 책걸상에 앉아 있는 이치로의 모습에 작게 실소를 흘리며) 또 거기 앉아있네.하지만 사마토키의 말은 조금 이상하네요.이치로가 이 자리에 앉은 적이 또 있던가요?머리로 떠올려봐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당신이 이에 관하여 물으면 사마토키는 " 착각했나?" 라고 고개를 기울입니다.아마 정말 착각했을지도 모릅니다.이치로는 이 자리에 앉은 적이 처음이니까요.야마다 이치로 :(답지 않게 착각이나 하고. 굳이 말을 뱉지는 않았다. 책상에 엎드려 너를 바라보다, 한 켠에 놓인 교과서를 펼쳐본다. 예상은 했지만 깨끗하고 빈 페이지에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는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겨본다.)이치로가 사마토키의 교과서를 펼쳐봅니다.거의 새 책이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아무것도 적히지 않았군요.중간마다 낙서의 흔적들이 보입니다.야마다 이치로 :사마토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뭐.야마다 이치로 :수업 듣기는 해? 교과서가 너무 깨끗한 거 아니야?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아아, 정말 시끄럽네! 그런 거 안 적어도 이 몸은 다 알고 있어.야마다 이치로 :하하, 그으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는 또 수업 안 듣고 그냥 자는 줄 알았어서 말이야.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그의 사물함이 궁금해졌어. A와 B, 어느쪽이 그의 사물함이더라. 모르겠네. A부터 가보지 뭐.)아오히츠기 사마토키 :그냥 자면 뭐 어때? 그런 수업 네 녀석이나 열심히 들어. (불만스레 제 책상에서 일어서는 이치로를 눈으로 흘겨보다 아직 밀린 주번 일을 하기 시작한다.)열려있는 사물함입니다.누가 물건을 훔쳐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렇게 열어 둔 걸까요?닫아주는게 좋겠습니다.이치로가 사물함 문을 닫으려고 하면 사물함 안에서무언가가 툭. 떨어집니다.이게 뭐지?이치로가 떨어진 무언가를 살펴보면 그건 누군가의 '증명사진' 입니다.누구의 증명사진이나면 ….이치로.당신의 증명 사진이네요.하지만 사물함 A는 이치로의 사물함이 아닙니다.당신은 이런 증명 사진을 찍은 적이 있나요?:이성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감소 없습니다.누가 장난이라도 한 게 분명합니다.사물함은 주인 없는 사물함입니다.사용하지 않은지 꽤 오래된 것 같아요.:지능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크리 소모하여 재시도 가능합니다.야마다 이치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그러니까 그때,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셨더라 …?이 사물함에 대해 이야기 해주신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왜 이곳에 이치로의 '증명 사진' 이 있는지 의아 할 뿐입니다.이치로가 [사물함 A]를 열어보자, 사물함 안에는 여러개의 물건이 들어 있습니다.누군가가 썼던 것 같은 노란색 우산.교과서따위의 것들이 보입니다.사물함 안에 들어있는 커다란 상자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어 열쇠 없이는 확인 할 수 없어보입니다.단 한가지 확실한건, 이 사물함은 알려진것과 다르게 누군가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 입니다.야마다 이치로 :(분명 내가 알기로는 이 사물함은 사용하지 않는 사물함으로 알고 있는데. 노란색 우산, 본인의 증명사진, 그리고 ... 잠겨서 볼 수가 없는 커다란 상자. 사마토키의 사물함은 아닌 것이 확실하니 누가 이런 장난을 쳤는 지 그게 궁금해진단 말이야. 그래도 깊게 생각하지는 말자. 누군가가 빈 공간에 물건을 채워 둔 것일 수도 있잖아. 그게 내가 사용하던 물건들과 비슷하다는 점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걸음을 옮겼다. 사물함 B. 아마 이곳이 사마토키의 사물함일까?)바로 옆에 있는 사물함은 사마토키의 사물함입니다.사마토키의 사물함을 몰래 열어보는 것은 좀 꺼림직한 일이죠.야마다 이치로 :(...그래도 남의 사물함을 열어보는 건 예의가 아닌가. 그의 개인적인 물건이 들어있을 수도 있고. 그래, 그냥 열어보지 말자. 창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더 굵어진 빗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방금 물방울을 받아 바닥으로 미끄럼을 태워주던 나뭇잎이 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떨어진 것 같다. 그는 아직도 남은 일을 하고 있었으니, 빗줄기를 보기 위해 창문으로 걸음을 옮겨보았다. 악장이 넘어가고 곡은 더 강해지고 있었다. 절정을 향해 가는 커튼콜을 앞둔 무대 처럼. 나는 그 무대를 바라보았다. 비. 이 비가 왜 한 없이 끊기지 않고 내릴 것 같은 아지랑이를 주는 지. 대체, 오늘은...)교실 왼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커다란 유리 창문입니다.창문 밖에는 얕은 빗방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이치로가 창문 가까이로 다가가면 창문이 조금 열려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습니다.교실에서 훤히 보이는 운동장엔 하교하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썰물처럼 밀려 나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누군가는 고인 물웅덩이에 장난스럽게 발을 집어 넣고,또 누군가는 넘어질뻔한 친구를 바로 세워주고 ….창문까지 닿지 않는 복잡한 소음은 곧 잦아들겁니다.봐요.아이들의 걸음은 생각보다 빨라서 학교는 금방 조용해졌습니다.야마다 이치로 :(각각의 색이 네온 마냥 길을 반짝이다 빠져나가는 색을 말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우리도 곧 저렇게 되겠지. 사마토키.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뜬다. 조금 열린 창문을 밀어 닫고는 마지막으로, 칠판 앞에 서있는 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기 싫다는 불평과는 달리 착실히 일을 해내는 모습에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표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한 발자국 씩 너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뒤를 돌아본 네 어깨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저 허공에서 멈추었을 뿐이다. 나는 늘 그랬다. 너를 잡으려 손을 뻗고 멋대로 손을 치워버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 그 이유는 빗소리에 휩쓸려 사라지기에 바빴다. 네가 닦아놓은 칠판을 바라본다. 분가루 하나 없었다.)사마토키가 서 있는 칠판입니다.이치로가 칠판 쪽으로 걸어오면 사마토키는 이치로를 바라보며 평소처럼 웃습니다.자신의 옆자리를 한발자국 비워주기도 합니다.사마토키는 이제 칠판을 거의 다 닦아가는 중입니다.하얀 분필가루가 먼지처럼 내려 앉습니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기다리기 지루하지? 거의 끝나가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그렇게 말하는 사마토키의 행동이 좀 더 분주해졌습니다.사마토키는 깨끗해진 칠판 오른쪽 아래에 '내일 주번'을 적어놓습니다.그러니까, 내일 주번은 …./desc 이치로네요.앞으로 이틀 간은 이치로가 이 학급의 주번입니다.사마토키의 글씨체로 칠판에 적힌 이치로의 이름이 낯간지럽기도 합니다.사마토키는 장난스럽게 이치로의 이름 옆에 작은 그림을 그립니다.사마토키는 삐뚤어진 책상과 의자를 정리하며 청소 도구까지 가지런하게 놓아둡니다.열어두었던 창문에서 흘러 들어온 빗물도 닦고, 교실 바닥을 쓸어 내고.사마토키에게 그런 행동들은 아주 익숙한듯 보입니다.하루종일 비가 내렸지만그나마 푸른 빛을 가지고 있었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자사마토키와 이치로 단 둘이 서 있는 교실에 어두운 그림자가 생겼습니다.우리들의 발 밑에 모여 있던 흔적들이 창문이 만들어낸 길고 커다란 그림자에 모습을 감춥니다.사마토키가 창 밖을 바라보며 말합니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내일은 비가 더 많이 올 것 같더라. 바람도 많이 불거고 …나뭇잎이 한 방향으로 스러지는 소리.툭.툭.일정하게 떨어지던 비가 긴 호흡을 가지고 끊어지는 소리.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가야 할텐데.이 여름 끊기지 않는 장마가 더 기승을 부리기 전에 말이죠.이치로의 마음을 알았는지, 사마토키는 자신의 자리에서 가방을 챙깁니다.교실 밖에 서서 이치로에게 손짓하는 사마토키가 보입니다.이치로가 교실 밖으로 나오자 교실문을 열쇠로 잠굽니다.이제 이 여름날의 장마를 뚫고 집으로 돌아 갈 시간입니다.툭.투둑.멈추지 않는 장마.사마토키와 이치로는 비어있는 학교를 가로질러 정문으로 나섰습니다.학교 앞에는 작은 다리가 있어서, 평소에도 그 다리 위를 함께 걸어가곤 했습니다.다리 아래로 세찬 물이 흘러내립니다.주변에 서 있는 나무들이 빗방울의 무게에 기울어집니다.그 사이에서 함께 우산을 쓴 사마토키와 이치로의 발걸음은 나란합니다.걸을 때 마다 뒷꿈치에 물이 튀지만 서로의 발자국 소리에 그런건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사마토키는 이치로와 함께 걸으며 시시한 이야기를 꺼냅니다.수학 시간은 유독 지루하는 이야기.이치로와 함께 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여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사마토키는 세차게 내리는 여름날의 장마를 좋아하는걸까요?물이 흐르는 강을 아래에 두고 사마토키와 이치로의 발 아래에서 작은 풀에 이슬이 떨어지는 동시에,사마토키가 이치로의 손을 잡습니다.이치로의 손등 위에 덮인 사마토키의 손은 조금 뜨겁고빗물에 젖어 약간 축축합니다.옆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본 사마토키의 표정은 긴장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 (잠시 머뭇거리듯 입술을 달싹거리다 긴장 어린 눈길로 이치로를 응시한다. 입안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었다.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고개를 돌려 시선이 마주친 네 눈동자가 유난히 맑아 보였던 탓일까. 쉽사리 입술을 떼기가 버거웠다.)그때,그때 말이야. 이 여름이 다 지나도, 이 몸을 잊지 않겠다고 했던 말.아직 안 잊었다. 줄곧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떨리는 체온의 끝이 고스란히 이치로에게 전해집니다.이치로는 그 말을 어떻게 했었나요?그 말을 들었던 사마토키의 표정이 생각나나요?:지능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치로에게도 선명한 기억입니다.분명 사마토키는 이치로에게 "여름이 지나도 날 잊지 않을거지?" 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그 말에 이치로는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듯 대답했습니다.여름날의 더운 태양처럼 환한 사마토키의 미소를 그때 보았습니다.하지만 이치로가 어떤 마음으로 사마토키의 말에 대답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이치로의 이번 여름은 기대했던 것 처럼 맑고 파랗지는 않지만 우리의 여름이 마지막인것도 아니니까요.우산 아래에서 보는 사마토키의 얼굴이 나쁘지만은 않고 말이죠.어느새 다리를 다 건넜습니다.학교는 이제 이치로의 시야에서 멀어졌습니다.열려있는 정문.하얀 현수막.이치로와 사마토키가 둘이서 함께 있었던 교실 창문도저 멀리 ….멀리 ….그러나 이치로는 이치로의 손을 잡고 있는 사마토키의 온기를 여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여름은 발음하기 힘들지만 몇번씩 다시 말해본다면 입안에서 습관처럼 맴도는 것 처럼 우리가 함께 서 있는 이 그치지 않는 장마도 언젠가는 그치겠죠.사마토키가 이치로를 조금 끌어 당깁니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가자.이번에도 아주 익숙하게 말 하면서.다음날.아침, 이치로의 집 앞까지 찾아온 사마토키 덕에 이치로는 우산 없이 사마토키의 우산을 함께 쓰고 등교했습니다.사마토키의 말대로 비는 더 쏟아지고 바람은 더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창문에는 세찬 바람이 끊임없이 부딪히지만 교실 안은 의외로 평화롭습니다.쉬는시간마다 커졌다가 작아지는 동급생 아이들의 목소리에 비할 바가 못되기 때문이겠죠.체육 수업은 장마로 인해 취소 되었고 자습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선생님이 계시지 않은 자습은 금방 소란해집니다.내일 있을 졸업 사진 일정 때문입니다.사마토키도 이치로의 옆에 의자를 끌고 와 나란히 앉습니다.반 아이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하느라 이쪽은 관심도 없는 모양입니다.사마토키가 책상 위에 펼쳐진 이치로의 공책에 연필로 또 다시 이치로의 이름을 적어냅니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내일 졸업 사진 찍잖아. 이번에도 이 몸이랑 같이 찍어라.….이번에도?이치로와 사마토키가 함께 찍는 졸업 사진은 분명 이번이 처음일텐데.이치로가 사마토키에게 되물으면 사마토키는 잠시 당황한듯 하다가 또 다시 착각 했다고 합니다.무엇을 착각한걸까요?하지만 날씨가 이래서 졸업 사진은 제대로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비가 오는 배경을 뒤로 하고 찍는 칙칙한 사진은 피하고 싶은데 말이에요.사마토키와 이치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교실 앞 문을 열고 담임 선생님이 들어옵니다.갑작스런 선생님의 출몰로 교실은 조용해졌습니다.선생님:오늘 주번?선생님은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주번을 부릅니다.오늘 주번이 ….이치로였죠?야마다 이치로 :네, 선생님.이치로가 선생님의 말에 대답하면 선생님께선 교실 칠판 바로 옆에 있는 비어있는 학급 책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도서관을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선생님:도서관에서 연락이 왔는데, 학급당 나눠주는 책을 받으러 오라고 하시네.주번이 좀 수고해줘야겠다.다른 녀석들은 떠들지 말고 자습해.선생님이 복도에서 이치로를 부릅니다.사마토키는 잠시 이치로를 한번 바라보고 그대로 의자를 뒤로 물립니다.교실 밖을 나가는 이치로에게 입모양으로 '얼른 와' 라고 말하는 걸 잊지 않은 채.이치로는 도서관으로 향합니다.이치로가 마지막으로 온걸까요?도서관 안에는 사서 한 분만 앉아 계실 뿐, 아무도 없습니다.학교 1층에 마련된 도서관 안에서 빗소리가 고요하게 울려퍼집니다.사서 선생님께 책의 위치를 물어보면 선생님께선 도서관 왼쪽에 마련 된 둥근 나무 탁자에 올려져 있는 책 세권을 알려줍니다.저 책을 들고 가면 될 것 같네요.:관찰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탁자로 걸어가는 도중, 도서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소설 책들이 보입니다.유독 익숙한 소설책 한권이 꽂혀 있는 것 같았는데.... 착각인걸까요?그 책꽂이 아래 차례대로 줄지어 있는 학교 졸업 앨범들이 보입니다.사서 선생님께선 다른 업무를 보시느라 이쪽에 신경을 쓰시지 못하는것 같습니다.:자료조사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강행합니다. 다시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치로가 책꽂이로 다가가면 보이는 <장마(中)>.사마토키의 책상 위에서 발견한 소설책과 같습니다.맞아요.1권이 있으면 2권도 있는 법이죠.그렇다면 마지막 3권은 어디있는걸까요?이치로가 <장마(中)>을 펼쳐보면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끊임 없이 내리는 장마 속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는 한 소년을 사랑하기로 했다. 동급생으로 만난 둘의 눅눅하고 선명한 이야기 … '' 나는 이 여름이 끝나도 너를 잊지 않을거야. 약속해. 소년에게 처음으로 그 말을 해준 흐르는 시간 속 장마를 닮은 사람. 소년이 잊지 못하는 여름, 그리고 너. '소설 앞 페이지 줄거리 요약본에 적혀 있는 글이 늘어났습니다.:이성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합니다.이런 내용이 전에도 적혀 있었던가 싶지만 이건 2권이니까요.내용이 조금 추가된다고 해서 이상할건 없겠죠.하지만 어째서인지 소설의 줄거리가 어딘가 꽤 익숙한 기분이 드는건, 착각일까요?그 아래 나열되어있는 학교 졸업 앨범들.꽤 그 수가 많은걸 보면 이미 이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사진인것 같습니다.한번 살펴볼까요?이치로 역시 내일 졸업 사진을 찍을테니까요.잠깐 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듯합니다.이치로가 졸업 사진을 펼쳐보면 어느 학교에서나 볼 법한 평범한 사진들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치로와 알고 지낸 '선배' 들도 간혹 보이는군요.한장,두장...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졸업 앨범을 넘겨보고 있을때,:관찰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이치로의 눈에 '누군가' 의 졸업 사진이 보입니다.백색에 가까운 은색의 머리카락과 귀찮다는 듯이 싫증을 담고 있는 붉은 적안.... 1년 전 3학년 명찰색인 붉은 색 명찰을 단 사마토키의 졸업 사진입니다.:이성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감소 없습니다.분명 사마토키입니다.하지만 앨범을 다시 살펴봐도 이 졸업 앨범은 1년 전의 졸업 앨범입니다.무엇이 잘못된걸까요?나열된 다른 졸업 앨범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2년 전.3년 전.4년 전 ….어딜 살펴봐도 다 똑같아요.사마토키는 어디에나 있습니다.한 해가 갈 수록 달라지는 명찰을 가슴에 달고.졸업 앨범을 살펴보던 이치로는 순서대로 나열된 졸업 앨범 중 마지막 한 권이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졸업 앨범을 살펴보는 이치로를 그제야 발견한 사서 선생님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이치로에게 다가옵니다.사서 선생님:아직 안 간거니?그렇게 물어보는 선생님의 시선은 이치로가 펼쳐놓은 수많은 졸업 앨범에 고정됩니다.이치로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수업의 마무리를 알리는 종이 학교 전체에 울려퍼집니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도서관을 나와 다시 교실로 돌아가는 도중, 이치로는 계단에서 사마토키와 마주칩니다.사마토키는 마치 이치로가 이곳으로 올 줄 알았다는듯 자연스럽게 이치로를 향해 걸어옵니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왜 이렇게 늦었냐?라며 묻는 것도 평소와 같습니다.야마다 이치로 :아, 그냥 일이... 더 있었을 뿐이야.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어딘가 모르게 얼버무리며 시선을 피하는 것이 탐탁지 않아 미간을 좁힌다.) 뭔데? 무슨 일 있는 것 같잖아.도서관에서 봤던 졸업 앨범 속 모습을 다시 떠올려봐도 사마토키와 똑같은 얼굴.이걸 ….물어봐야 할까요?그건 분명 사마토키 였습니다.다시 수업을 알리는 종 소리가 울리고 난 후의 계단은 이치로와 사마토키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분위기가 차분해졌습니다.사마토키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도 곧 입을 다물고,다시 입술을 열기를 반복합니다.몇번이고 어려운 시도를 한 끝에 이치로의 두 손목을 붙잡은 사마토키는 이렇게 말합니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이 몸은 지금 너랑 있는 게 좋다. …계속 보고 싶었으니까. (살짝 내리깔았던 눈을 깜빡거리며 곧이어 네 눈동자와 시선을 맞춘다. 긴장에 서려 목울대로 넘어가는 울렁거림에 눈가가 떨려왔다. 긴 장마로 인해 습해진 실내에 건조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붙잡은 손을 강하게 쥔다.) 너도, 함께 있었잖아.들려오는 사마토키의 목소리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종류의 것이지만 거짓말은 아닌 듯 합니다.물어보고 싶은건 많은데 들려오는 빗소리가 자꾸만 머리 속에서 목소리를 지우는 것 같습니다.사마토키는 장마와 잘 어울립니다.우산 아래에 서 있던 사마토키의 옆모습.어제, 이치로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던 손가락.비에 젖은 머리카락 같은 것들이 여름의 사마토키를 떠올리게 하니까요.그리고 그건 사마토키뿐만이 아닐겁니다.사마토키가 여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아마도 이치로 역시 ….얼른 교실로 돌아가자고 이치로를 재촉하며 사마토키는 이치로가 들고 있던 책을 나눠들며 먼저 계단을 올라갑니다.그 발소리를 따라 이치로 역시 교실을 향해 걸어 갈 뿐입니다.종례 시간은 빠르게 다가왔습니다.비가 많이 오니 바로 집으로 돌아가라는 선생님의 말씀.내일은 졸업 사진을 찍을 예정이니 단정하게 교복을 착용해서 오라는 당부의 말을 마지막으로 교실은 어제와 같이 다시 하교로 들뜹니다.창문에는 여전히 비가 내립니다.등교를 사마토키와 함께 했으니 이치로는 우산이 없습니다.게다가 오늘의 주번은 이치로군요.어제와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에 사마토키는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책상에 앉아 이치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노란색 우산을 들고 말이죠.사마토키는 이치로를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대합니다.사마토키가 이치로를 기다리며 읽고 있는 책은 '장마' 바로 그 소설책입니다....시간이 꽤 지났을까요.턱을 괴고 페이지를 넘기며 책을 읽던 사마토키는 이치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이 소설책 꼭 이 몸 이야기같아.몇 번이고 계속 읽어봐도 자신의 이야기 같다는 사마토키입니다.어쩌면 이치로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빗줄기에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립니다.사마토키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이치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마치 이치로를 관찰하는듯이.그게 아니라면 이치로를 ….떠올려 보려는듯이?아오히츠기 사마토키 :비가 내리는 여름은 별로 안 좋아했는데, 너와 동급생이 된 이후부턴 여름이 좋아졌다. (작게 실소를 흘리며 네 뒷모습을 바라본다.) 예전에도 넌 이 몸한테 그 말을 똑같이 해준 적이 있었거든.:정신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마토키는 영문 모를 소리를 꺼냅니다.이치로와 사마토키가 동급생이 된 지 이제 5개월째입니다.그 전에도, 훨씬 전에도 이치로는 사마토키를 만난 적도 없습니다.이치로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낍니다.야마다 이치로 :예전? (너와 내게 예전이 있었나. 그 전에도 , 훨씬 전에도. 나는 너를 만난 적이 없었는데.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사마토키. 졸업사진의 너는 뭔데? 왜 권마다 네 얼굴이 선배들의 사이에 끼어있는 건데. 이해를 할 수 없어. 어째서 비는 오늘도 내리는지. 너는 노란색 우산을 들고 있는지. 그리고 네가 말하는 것들은 대체 뭔지. ...사마. 사마, 토키.) 사마토키. 너, ...아오히츠기 사마토키 :도서관에서 봤잖아. 이치로, 이 몸을 속일 셈이라면 그 낯부터 정리하라고. …졸업 앨범에서 왜 이 몸이 매번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 궁금한 거잖아.야마다 이치로 :........그래, 나는 그게 궁금해. 알고 있었구나. 숨기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면 될까. 사마토키, 그럼 질문할게. 어째서 네가 졸업 앨범마다 얼굴을 보인 거야. (어째서. 어떻게? 뒷 말은 씹은 채 입을 닫았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이 몸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일정 시간이 되면 주어진 나이에서 완전히 멈춰버려. 남들은 다들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부러워했지. 이치로, 이 몸이 멈춰진 시간 속에서 얼마나 지냈는지 알아? (작게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는 소음과도 같았던, 빗줄기를. 덥고 축축한 장마를. 너와 만나기 전까지 싫어했던 때를 회상한다. 속이려는 생각은 없었어. 애초에, 시간이 멈췄다고 하는 말을 믿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고. 첫인상부터 미친놈으로 찍히고 싶을 의향도 없으니까. 그럼에도 … 너라면 이 몸을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살짝, 떨려오는 입가를 깨물며 작게 한숨을 내쉰다.) 숨길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허술하지도 않았다. …때가 됐으니까 말한 거야. 넌… 이 몸이 이상하게 보이겠지.야마다 이치로 :(시간이 멈춘다?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니, 지금이 만약 <장마> 의 소설이라면. 그 주인공이 너라면. 너와 비슷한 소설의 이야기라고 했던 그 책을 내가 읽어본 적이 있다면. 내가 너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눈을 작게, 크게, 느릿하게 감았다 뜨고는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가 굳이 시간이 멈추었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 공간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또다시 아지랑이가 일렁인다.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창문 밖으로는 햇빛이 비추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들었던 생각은 어이가 없었다. 네가 아름답다. 나는 작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오히츠기 사마토키. 너와는 친해진 뒤로 몽글거리며 피었던 감정을 어루 말 할 수 없는 소설 속 조연의 역할을 내가 맡은 기분이었는데. 아마도, 그러니까. <장마> 의 소설 속 주인공은 너만 그런 것이 아닌가봐. 나 또한. 너와 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인가봐. 나는 손을 뻗었다. 당장이라도 급하게, 어디를 떠날 것 같은 네 손을 잡았다. 잡힌 손을 놀란 듯 바라보는 너에 손가락 사이를 깍지 껴 잡고는 가지 말라는 듯 힘을 실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내 입에서 뱉어지는 말 따위는 우스웠다.) 가지 마.아오히츠기 사마토키 :(다가와 손에 깍지를 끼는 네 행동에 당황스러운 듯 눈이 크게 뜨인다. 예상과는 다른 네 행동에 고장이라도 난 걸까. 지독했던 장마를, 외로웠던 시간들을, 홀로 버텨왔던 자신을 위한 보답일지도 몰라. 힘이 실린 네 팔을 눈을 깜빡거리며 바라보다 그의 긴장 어린 손바닥에 차는 작은 땀방울에 입가가 비틀렸다. 이 몸도 인간이긴 한가 봐. 더 이상 해선 안 될 욕심이 배가 되고 있는 걸 보면.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너와 함께 책걸상에 앉아 있었던 날들을 상기하며, 창문 새로 들어오는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감는다. 쉽게 흩어지는 감정들을 갈무리하고는 지금 이 몸과 함께 하고 있는 너의 손을 마주 잡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장마도 멈추게 되어있어. 이치로, 너 역시 결국엔… 이 몸과는 다르게 이 시간 속에 고이지 못하겠지. 닿아 있는 손 덕택에 타고 올라오는 따뜻한 온기를 애써 부정하며 네 손을 반대편 손으로 떼어낸다.) …집에 가자, 이치로.교실은 여전히 어둡습니다.꼭 밤이 된 것 처럼.여름.여름 ….사마토키가 자리에서 일어나 노란색 우산을 들고 이치로를 뒤돌아봅니다.아무도 없는 교실.만들어진 창문의 높은 그림자가 진 사마토키의 얼굴.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더운 여름 장마.아니면…:듣기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나랑 이 여름 속에서 같이 살래? "빗방울이 창문을 노크하는 유일한 소리를 헤치고 이치로에게 또렷히 들리는 사마토키의 목소리입니다.서로가 입고 있는 푸른 교복이 장마에 잔뜩 젖어 버린 기분입니다.고개를 올려 바라본 곳에 있는 사마토키는 의외로, 웃고 있지 않습니다.정말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다음 날.오늘은 3학년들 전체가 소란합니다.아쉽지만 졸업 사진을 찍는 마지막 날 까지 그치지 않은 장마로 인해 3학년 아이들은 모두 강당에 모였습니다.각자의 반 끼리 모여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저마다 즐겁게 들립니다.이치로와 사마토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아직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줄어드는 줄을 보면 곧 이 졸업 사진 헤프닝도 끝이 나겠어요.하지만 강당에 설치 된 에어컨 바로 앞 줄을 차지해서 일까요?이치로는 추위에 몸이 차가워지는 기분을 받습니다.그 변화를 알아차린 사마토키는 자신이 입고 있던 얇은 겉옷을 이치로에게 입혀줍니다.따분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쯤.담임 선생님께서도 오늘도 주번을 찾습니다.선생님:오늘 주번?오늘 주번 역시 이치로입니다.선생님께선 탐사자에게 반으로 가서 교실 창문을 닫고 와달라고 말합니다.선생님께선 이치로에게 반으로 가서 교실 창문을 닫고 와달라고 말합니다.비가 조금 점점 더 많이 내려서 환기 시키기 위해 열어 둔 창문 틈으로 비가 들어와 교실이 전부 젖어 버릴것 같다면서요.확실히 강당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빗줄기는 강당에 오기 전보다 훨씬 거세져 있었습니다.사마토키가 당신을 따라가려고 하지만 선생님이 그 앞을 막습니다.곧 우리 반이 사진을 찍을 차례니 자리를 이탈하지 말고 앉아 있으라고 말하면서 말이에요.할 수 없이 이치로는 혼자 교실로 향합니다.사마토키는 밖에 비가 많이 와 추울테니 겉옷을 벗지 말고 다녀오라고 말을 함께 덧붙입니다.이치로가 강당 문을 열면,쏴아아-이치로의 발목을 적시는 뜨거운 빗줄기가 이치로를 맞이합니다.교실.혼자 있던 적이 없던 교실의 고요함이 어색합니다.선생님의 말씀대로 교실 창문은 절반이 열려있습니다.열려있는 창문 틈 사이로 들어 온 비가 교실 바닥을 적시고 있습니다.운동장처럼 물이 고이기 전에 창문을 닫는 게 좋겠습니다.창문을 닫자 이치로의 손바닥이 물기에 가볍게 젖어듭니다.창문을 전부 닫자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비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다시 강당으로 돌아갈까요?사마토키가 기다리고 있을테고, 졸업 사진을 찍어야 할 테니까요.이치로가 창문에서 멀어져 다시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이치로가 입고 있던 겉옷에서 무언가 툭.
바닥으로 떨어집니다.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며 바닥에 떨어진 것을 살펴보면 '열쇠'입니다.사마토키의 겉옷 안주머니에서 떨어진 듯 한데 ….무슨 열쇠일까요?야마다 이치로 :(교실은 예상대로 비에 젖어가고 있었다. 급히 문을 닫자, 물로 범벅이 되었던 교실은 다시 평온하게 적막한 소리만 흐르고 있었고, 운동장처럼 물이 고이지 않을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마음이 놓인 듯 괜히 가벼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윽. 창문 근처에 자리를 잡은 아이의 책상과 의자가... 너는 고생 좀 해야겠네. 다시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은 제가 들어왔던 문. 사마토키도, 선생님도, 모두가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가서 졸업 사진을 찍어야지. 졸업 사진... 졸업, 사진. ... 찍고나면너와의연은모두없어지는게되는걸까? 문득 스쳐간 생각. 그리고 가로로 흔들리는 고개. 아니야. 잡생각을 멈추고 걸음을 옮기려다.) 어라. (툭, 하고 떨어진 것은 그의 외투에서 떨어진 은빛의 열쇠였다. 중요한 물건을 담아두고 나한테 옷을 주면...)열쇠를 집어 살펴보면 열쇠에는 <사물함 A> 라고 적혀있습니다.사물함 A …?이치로는 사물함 A가 '사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사물함이란것을 깨닫습니다.그리고 그 사물함 안에는 분명 잠겨있었던 상자가 있었다는 것도 말이에요.이치로의 시선이 사물함 A로 향합니다.사마토키는 왜 사물함 A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거죠?이것도 사마토키가 말했던 것과 상관이 있는걸까요?그러나 이치로는 분명 그 사물함에서 당신의 '증명 사진' 을 발견했습니다.그 증명 사진은 또 …이치로 홀로 들어왔던 교실은 조금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조용하고 …뜨겁습니다.야마다 이치로 :(사물함 A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 허나 사마토키는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사물함 A는 분명 커다란 상자가 하나 있었지, 잠겨서 열어 볼 수 없었던. 나의 시선은 이제 자연스럽게 사물함에 닿아있었다. 벌컥. 소리가 나게 문을 열었다. 사물함의 안에는 여전히 전에 보았던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나는 물건 중 하나를 집어다 바라보았다. 나의 증명사진. 학교에 들어올 때 찍었던 사진이려나. 지금과 많이 다른 얼굴, 어린 티가 나는 머리와 표정. 옅게 눈가가 휘었다. 교실은 여전했다. 조용하다. 창문 밖은 비가 내린다. 빗소리가 흐른다. 주적, 주적. 나뭇잎의 위로 물방울이 흐른다. 툭. 물방울이 떨어진다. 땅에 닿은 물방울은 터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문득 물방울을 보고 네가 생각났다. 왜 너는 내 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아니, 사라지는 건. 나인가? 네 시간에 머무를 수 없는 존재가 될 테니까. ㅡ 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상자를 집어 열쇠 구멍에 급하게 꽂아넣었다. 철컥, 철컥. 몇 번이나 손이 빗나갔다. 교실은 조용하고 뜨거웠다.)이치로가 사물함 A를 열면 사물함은 삐걱이는 낡은 소리를 내며 아주 쉽게 열립니다.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사물함이라고 가장 처음에 말한사람이 우스울 정도로, 사물함 안에는 처음 봤던 물건들이 그대로 들어있습니다.그리고, 그때 보지 못했던 물건 하나가 함께 놓여있습니다.[졸업 앨범] 입니다.도서관에서 보지 못했던 마지막 졸업 앨범입니다.[졸업 앨범]그때 도서관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앨범이 이것인걸까요?박스 안에 들어있는 앨범은 한 눈에 봐도 많은 세월이 지난듯 낡아 있습니다.이 앨범을 열어보면, 알고 싶지 않았던 것에 대해 알게 될 겁니다.그러나 그 불안감에 지금 이대로 멈추면 분명 나중에 후회 할지도 모릅니다.이치로는 천천히 앨범을 열어봅니다.한 페이지.두 페이지 ….여러번 넘긴 졸업 앨범에는 도서관에서 봤듯 지금과 다르지 않은 사마토키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습니다.:관찰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하지만 정말 그것 뿐인가요?이치로는 사마토키의 얼굴 말고는 특별한 것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분명 사마토키뿐만 아니라 익숙한 얼굴을 한명 더 본 것 같은데 말이죠.…… 이치로가 대체 왜 여기에?오래된 앨범에 찍혀 있는 사람은 누가 보아도 이치로의 얼굴과 닮았습니다.머리색.눈매.미세하게 웃는 표정까지.그럴 리 없는데.이치로는 이런 사진을 찍은 적이 없습니다.혹시 사마토키가 말했던 과거와 관련이 있는 걸까요?이치로 역시 생각나지 않는 그때의 이치로일까요?아니, 그렇다기엔 ….이치로와 똑같이 닮은 사람의 사진 아래,이름을 확인해보면 그 사람은 이치로와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이치로는 잠겨있는 사물함 박스를 열쇠로 열어봅니다.도대체 무엇을 넣어둔 곳이길래 ….왜 이치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치로가 박스 안을 살펴보면 그곳에는 [파란 다이어리]와 [장마(下)] 가 들어있습니다.야마다 이치로 :..........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머리가 아파. 지끈거리는 두통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아무런 말도 않았다. 파란 다이어리를 펼쳐보았다.)누군가 쓴 파란색 다이어리입니다.앨범과 마찬가지로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습니다.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겨우 붙어있는 색이 바랜 페이지.번진 글씨들이 문득 문득 보입니다.이치로가 파란 다이어리를 펼쳐보면 다이어리에 적혀져 있는 짧은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XXXX.XX.XX끝나지 않는 장마.사마토키는 여름 장마 속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이 습하고 눅눅한 장마가 아주 익숙하다고도 했다.왜 사마토키가 오늘 나에게 "여름이 지나도 날 잊지 않을거지?" 라고 물었는지 알 것만 같다.나는 그 대답에 잊지 않겠다고 …XXXX.XX.XX오늘은 사마토키가 학급 주번이었다.사마토키가 주번 일이 다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우리는 함께 하교했다.학교 앞에 짧은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를 건너면 집과 너무 가까워져서.그게 아쉬웠다.우리가 걷는 길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좋았을텐데.XXXX.XX.XX선생님 심부름으로 도서관에 책을 가지러 갔다.사서 선생님께 잡혀서 고생을 꽤 했지만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던 도중 나를 기다리고 있던 사마토키를 만났다.우린 그대로 옥상으로 올라갔다.비를 맞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XXXX.XX.XX방과 후 사마토키와 함께 단 둘이 교실에 남았다.사마토키는 자신이 앓고 있는 비밀을 내게 알려주었다.여름을 떠날 수 없는 사람이라니.나와 똑같은 사람이었다니.사마토키의 멈춰진 시간은 여름이지만, 내가 멈춰질 시간은 언제일까?분명한건, 사마토키와 같은 시간은 아니라는 사실이다.XXXX.XX.XX비가 그칠까봐 두려워.분명 사마토키를 잊게 될 테니까.내가 떠나면 사마토키는 어디에서 나를 볼 수 있을까?XXXX.XX.XX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 장마가 끝났다....파란 다이어리 안에 적힌 사마토키와 다이어리 주인과의 일들은 이치로가 겪은 것과 비슷합니다.사마토키가 이치로에게 그렇게 물었던 것도.하교 시간을 기다려 같이 학교 앞 다리를 건넜던 것도.계단에서 마주쳤던 것도.이치로에게 했던 ….이치로가 파란 다이어리 앞에 쓰여 있는 이름을 발견하면,그 이름은 졸업 앨범 속에 있던 그 아이의 이름과 똑같습니다.동시에 다이어리 가장 뒷면에서 '사진' 이 떨어집니다.이치로가 봤던 '증명사진' 그리고 사마토키와 함께 찍힌 '그 아이'의 사진입니다.이치로와 놀랍도록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치로는 알 수 있었습니다.이건.이 다이어리의 주인과 앨범에 찍힌 사진의 주인은 ….이치로가 아니라는 사실을요.:이성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r1d3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rolling 1d3=()11:이성 1 감소합니다.야마다 이치로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말문이 막혔다. 모든 비밀을 알고도 나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보통은 원인과 결과를 알고 난다면 납득이 쉽고 이해가 빠를 거야. 하지만 나는 멍청해. 너도 알잖아. 나는 단순해. 사마토키, 너도 알잖아. 지금 이해가 안 돼. 네가 일부러 내게 열쇠를 준 것 같아. 보라고. 진실을 확인하라고. 가서 알고 오라고. 손이 떨렸다. 잠시 멍하니 다이어리 주인의 이름과 사진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같은 여름 속의 아이. 하지만 내가 아니야. 그럼, 나는? 상황은 생각할수록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비가 내 머릿속을 쓸어주기를 바랐다. 그러다 문득,) ........... (<장마下 >, 너를 닮은 소설의 마지막 권. 사라락. 책이 넘겨지는 소리만이 교실에 울려퍼진다.)익숙한 표지.익숙한 내용.이 소설책의 마지막권이 이곳에 있었네요.이치로가 소설책을 펼쳐, 줄거리가 요약된 부분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이 쓰여있습니다.' 끊임 없이 내리는 장마 속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는 한 소년을 사랑하기로 했다. 동급생으로 만난 둘의 눅눅하고 선명한 이야기 … '' 나는 이 여름이 끝나도 너를 잊지 않을거야. 약속해. 소년에게 처음으로 그 말을 해준 흐르는 시간 속 장마를 닮은 사람. 소년이 잊지 못하는 여름, 그리고 너. '' 하지만 그 소년이 잊지 못하는 사람이 너는 아닐거야. ':이성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감소 없습니다.맞아요.졸업 앨범에 찍혀 있는 저 사람은 이치로가 아닙니다.이 파란 다이어리의 주인 역시 이치로가 아닙니다.이치로와 아주 '닮았던' 다른 사람일 뿐입니다.멈추지 않는 여름의 장마 속에서 살아가고 있던사마토키에게 처음으로 잊지 않겠다고 말해줬던 그 사람역시도 당신이 아니죠.그렇다면 사마토키는 이치로, 당신에게서 무엇을 보고 있었던걸까요?:이성 롤 굴려주세요.야마다 이치로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감소 없습니다.착각이라고 말했던 사마토키의 대답들이 이치로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갑니다.사마토키는 이치로에게서 앨범 속 이 아이를 보고 있었습니다.잊지 않겠다고 처음으로 말해줬던, 지난 여름 날의 그 돌아오지 않을 동급생을 말이에요.도저히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빗소리를 앓으면서.이치로가 손에 든 물건을 떨어뜨리고동시에, 교실 문이 열립니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이치로. 왜 졸업 사진 찍으러 안 ….문이 열린 곳에 서 있는 사람은 뛰어왔는지 턱 끝까지 숨이 찬 사마토키입니다.사마토키는 다이어리와 앨범을 보고 있는 이치로와 마주합니다.둘은 서로 한동안 말이 없습니다.그러나 이제는 알아요.사마토키의 오랜 기다림에 누가 있는지.그게 왜 자신이 아닌지.이 여름 장마가 대체 왜.끝나지 않는지.여름의 뜨거운 장마가 우리를 덮쳤습니다.교복 소매 끝이 젖어가고 고인 물 웅덩이를 밟은 신발이 축축해졌습니다.책상에 두 팔을 기댄 채 엎드려 옆을 돌아보면 푸른 액자처럼 걸린 창문의 틈 사이로 우리가 보였고 꼭지처럼 매달린 투명한 물방울에 늘어진 색깔은 선명했습니다.함께 있는 우리를 사람들은 同級生 이라고 불렀죠.이치로의 시야에 사마토키가 있었고 사마토키의 시야에도….이치로가 있는 줄 알았으니까요.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둘은 여름의 장마를 같이 보냈으니까.하지만 정말 그런가요?적막한 교실이 숨 막힙니다.비가 오는 날의 습도 때문이 아닙니다.여전히 들려오는 저 빗소리 때문이 아니에요.사마토키가 천천히 이치로에게 다가옵니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이치로. 이건 ….여전히 모르겠는 말을 건네면서.내리는 비를 맞고 달려온건지 사마토키의 교복과 머리카락 끝에는 물방울이 맺힌 채로 젖어있습니다.이치로를 잡기 위해 뻗은 손이 안쓰러울 정도로 떨립니다.도저히 그때.그 다리 위에서 이치로의 손을 잡아 온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입니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주번 일이라고 해봤자 창문 닫는 것 외에 특별히 할 일이 없을 텐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이치로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러고 보니… 외투에 열쇠를 두고 있었잖아.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 탓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드디어 속내에 감추고 있던 죄책감을 드러낼 수 있던 탓인지 모른다. 그저, 지금 입가에서 새어 나온 이 한숨은 불안하기만 했다. 수없이 찍었던 졸업 사진이나. 의미를 갖기엔 첫 번째 졸업도 까마득해졌다. 선생님에게 이치로를 데려온다고 건성으로 말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교실로 향해 달렸다. 가쁘게 숨을 들이내쉬며, 굵어진 빗줄기에 몸을 적셨다. 셔츠에 들러붙는 그 감각이 불쾌하다고 생각했다.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기를 손으로 대강 쓸어올리며, 교실 문을 열었을 때였다. 불길한 건 더럽게 잘 맞지. …사물함A를 연 그의 두 손이 떨리는 것을 발견했다. 바보같이 말을 얼버무리기까지 했다.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해도 그건 변명일 테지. 그럼에도, 이 몸은 …)야마다 이치로 :(너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내 뒤의, 여름을 반복하는 한 남자 아이를 보고 있었다. 시선이 떨렸다. 너의. 손이 떨렸다. 네 숨결이. 우리는 또다시 적막이 이어졌다. 교실은 이제 아무런 소리가 없다. 숨소리, 빗소리, 나뭇잎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바닥에 닿아 터지는 소리 마저. 어쩌면 내 스스로 귀를 막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믿기 어려웠고 꿈 속의 나를 거울로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마토키는, 내가 본 순간 중. 가장 , 겁에 질린 듯 한 표정을 보이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것도 나의 착각이다. 자, 여기서 문제.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사마토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하는가? 함께 보낸 익숙했던 시간들의 대가를 어떻게 주어야 하는 것인가. 그래. 내가 전에 말 한 적이 있었지. <장마> 의 소설 속 주인공은 너와 나인 것 같다고. 페이지를 잘 넘겨 볼 걸 그랬어. 등장인물의 란에, 네 이름과 그 아이의 이름이 적혀있다는 것을 말이야.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올 뻔 했다. 누군가가 내 목을 조르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호흡이 멈추었다. 결국 먼저 흐르고 만 것은 눈물. 그리고 나뭇잎 대신 바닥에 떨어져 닿아 터지는 나의 물방울. 도저히 그때. 그 다리 위에서 이치로 ㅡ 나 자신 ㅡ 의 손을 잡아 온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떨림. 네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품 안에 안았다.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어깨에 묻은 얼굴 때문에 빗물로 가득 젖은 네 교복이 또 한 번 젖어간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적막으로 가득한 교실이 어색했다. 침묵이 자연스러울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다. 흐트러진 호흡이 불안정했다. 숨소리가 조용한 공간을 에워싸고 있었다.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스스로가 무슨 감정에 휩싸였는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네 손을 붙잡은 스스로의 몸이 떨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어. 처음엔, 그놈을 … 닮은 네 모습과 행동에 이끌렸던 건 확실했다. 홀로 긴 장마를 보내며, 그와 비슷한 놈들은 수없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놈이 아니라는 건 이 몸도 알고 있었어. 잊지 않겠다고 한 그 약속 하나만을 세뇌하듯 외치며 그놈이 다시 와줄 거라 믿었다. 그치지 않는 비는 외롭고, 무서웠다. 모든 인연들은 장마 속에 두고 떠나가지. 그래서, 이치로. 이 몸은 … 널 처음에 봤을 땐 정말, 다시 되돌아오길 바랐을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이 몸은 정말 너를 … 스스로도 정리되지 않은 말들에 입술만 달싹거렸다.배신감이 치밀거다. 그럼에도 네게 말해야 할 게 있어서…) 이치로, 이 몸은. 널…! (고개를 들어 네 얼굴을 시야에 담자 눈에 비치는 작은 물기에 머릿속이 그만 새하애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네가 떠나지 않을지. 그저, 지금은 네가 나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품에 끌어안길 때도 도무지 마주 안을 수 없었다.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 네 몸이 불에 달궈진 듯 따뜻해서 그만 이 몸도 시야가 붉어져 버렸다.)교실에 울려 퍼지는 사마토키의 울음 섞인 목소리.이치로에게는 익숙하지만,익숙하지 않은 사마토키의 처음 보는 모습입니다.여름.여름 ….꼭 여름 안에 갇혀버린 듯한 기분이 듭니다.모든 아이들은 썰물을 따라 학교 밖을 나가지만,이치로와 사마토키 둘만 이곳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기울어지는 빗방울 소리 안에 말이죠.발음하기 어려운,여름.그 속에서 단 둘만.그러나 언제까지 모르는 척,남을 대신하는 동급생으로 남을 수는 없습니다.혹은 지금 이치로, 당신을 잡는 사마토키의 유일한 동급생이 되어 줘야 할지도 모릅니다.….우리들이 동급생이라 불릴 수 있는 여름의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것 같으니까요.우리는 어쩌면, 정말로 이 여름을 졸업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야마다 이치로 :...사마토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어.야마다 이치로 :울어?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시발. 넌 그런 게 지금...! (작게 한숨을 토해내며 눈가를 옷소매로 거칠게 닦아낸다.) 안 울어.야마다 이치로 :우네. (저도 제 말이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뱉었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전부 다 알아버렸네.아오히츠기 사마토키 :(헛웃음을 흘리는 네 모습에 몸을 움찔거리다 고개를 돌린다. 그래, 말 그대로 넌 모든 걸 다 알게 됐지. 네가 어떻게 생각해도 그건 … 이 몸이 건들 수 없는 부분이고. 그럼에도 내면에서 차오르는 욕심은 어쩔 수 없다. 떨려오는 손에 주먹을 쥐고는 편다. 다시금 마주하는 네 선명한 두 눈 동자에 비치는 스스로의 모습이 앳되기만 해서…) 그래. 다 알아버렸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하다.야마다 이치로 :그닥. (네 눈동자에 비치는 내 모습은 멍청했다. 바보 같았고, 어리석고. 우스웠다. 아마 나의 눈동자에도 네가 비출 것이다. 눈을 감았다 떴다. 숨을 삼키고 뱉었다. 한결 가벼운 듯 한 '착각' 이 들었다.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하면 그럴 짓을 하지 말던가. 밉지 않게 툭 뱉은 말에 너는 또 한 번 움찔. 답지 않게 눈치를 보는 행동이 미안하기는 했나보다. 아직까지 떨리는 네 손을 잡아주었다. 두 손으로 한 손을 감싸니 비에 젖은 그의 차가운 손에 제 온기가 전해진다. 고개를 올렸다. 시선을 마주친다. 白色騷音. 오직 교실을 가득 채운 유일한 것. 나는 웃었다. 네 앞에서 웃음을 보인 순간 중 가장 예쁘게 웃었으리라, 제 스스로도 그리 생각 할 정도로 웃었다.) 좋아해.아오히츠기 사마토키 :(퉁명스레 내뱉는 네 말이 결국, 이 몸과의 여름이 끝을 고하고 있었다. 뜨거웠던 태양 아래 티 없이 맑게 웃던 네 모습을 보며 이 몸은 수없이 많은 구원을 얻었다. 이보다 더 많은 여름을 홀로 보내야 될 수도 있지만, 그 여름에 네가 함께 하길 바랄 뿐이다. 답지 않게 네 눈치를 보다 한 손에 닿는 네 체온에 시선이 맞닿는다. 방금까지만 해도 살얼음과도 같았던 침묵이 누그러진 기분이다. 이 또한 착각이라도 이 정도면 충분해. 네 웃는 그 모습이 너무나 찬란했기 때문일까 두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아 숨이 막혀왔다. 시간이 타는 것만 같았다. 이 세상은, 이 몸의 세상은 너를 중심으로 도는 게 틀림없어. 여름을 담은 네 눈동자는 너무나 푸르고 뜨거웠다. 올라가는 입꼬리와 동시에 두 눈에서 물기가 고여왔다.) 이 몸도, 좋아한다.야마다 이치로 :...장마가 끝나면.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는.아오히츠기 사마토키 :장마가 끝나면... 네 선택에 따라야지. 평생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은. (잠시 침묵을 취하고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마 속에 갇혀 있는 것 외에 없어.모든 일엔 끝이 있기 마련이잖냐. (작게 실소를 흘리며 네 머리카락에 손을 끼워 쓰다듬어준다.) 이 몸은, 네가 떠나도 원망하지 않을 거다.야마다 이치로 :(영원히 장마 속에 갇히는 일. 익숙한 계단에서 마주치고, 노란색 우산을 쓰고 하교를 하고, 물웅덩이를 밟을까 조심해서 걷는, 그리고, 흐린 날씨 속에서 유일하게 따스한 네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보고. 우리는. 나는. 그렇게 졸업사진을 찍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에 영원히 갇히는. 침묵은 길었다. 사락, 네가 내 머리를 쓰담아주는 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네 손길은 다정했다. 나는 답지 않은 너 행동들에 그저 침묵을 유지했다. 사랑하는 가족도. 동생들도. 내게는 소중한 사람이 많았다. 너 하나만 보기에는 내게 주어진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나는 해야할 일도, 해야만 하는 일도 있었다. 부모가 없는 삶에서의 동생들을 위한 길은 짊어지는 것 밖에 없었다. 나는 짊어져야 할 것도 존재했다. 그러는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장마 속에 갇히는 것. 너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 햇빛이 드리울 날을 기다리지 않는, 어쩌면 영원한 앨범 속에 갇히는 것. 내게는 그런 것보다도 더욱 가치있는 것이 많다. 미안해. 사마토키.) .....게.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도 이기적인 사람인가보다. 미안해. 지로. 미안해. 사부로. 나는 그냥 웃었다. 이번에는 어떠한 이유도 없었다. 내 머리를 쓰담는 네 손을 잡아다 내렸다. 전 처럼 깍지를 낀 채 손을 잡았다. 그거 알아? 빗소리와 피아노는 함께하면 누구보다도 어울리는 연주를 들려준다고 했어. 언제 한 번 음악실에 가도록 하자. 거기서 우리 둘 만의 무대를 만들어보자. 커튼콜이 내려질 때 까지의, 연주를 시작해보자. 시계를 거꾸로 돌려 초침과 시침이 엇갈리도록 바꿔버리자. 잡은 네 손에 힘을 실었다. 매 시간의 마지막 당번은 내가, 매 시간의 첫 당번은 네가 되는 걸로 하자. 얼굴을 가까이 한다. 그리고. 그저 사랑에 모든 걸 놓아버리자. 맞댄 입술은 잡은 손보다도 온기가 느껴졌다. 포근한, 아. 첫키스는 체리맛이 난다고 누가 그러던데. 이것도 체리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있을게. 곁에.모든 일엔 마지노선이 있기 마련입니다.사마토키는 아주 오래 그 '동급생' 을 기다려왔을겁니다.이치로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장마 속 여름날을 살아가면서 말이에요.사마토키의 사물함에 있던 여러개의 명찰들.버리지 못한 앨범.이치로, 바로 당신에게 했던 수많은 착각들.아마 사마토키는 이 비를 그치는 법을 영영 찾지 못할지도 모릅니다.그리고 그 사실이 온전히 이치로, 당신이 필요하다는 사마토키의 말이 거짓말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사람들은 우리를 동급생이라고 불렀고고개를 돌리면 항상 그 자리에 당신을 바라보는 투명한 소매 사이 속 사마토키의 얼굴이 있었습니다.사마토키는 당신을 이치로, 라고 불렀습니다.오래 전 ….오래 기다려왔던 누군가의 이름을 뒤로하고.이치로와 사마토키는 교실 밖으로 나갑니다.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치로의 손을 잡고 있는 사마토키의 떨리는 온도를 가늠 할 수가 없습니다.울고 있는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는 사마토키의 표정 역시 알 수 없습니다.그래도 걸음을 멈추지 말도록 해요.왜냐하면 ….툭.투둑.끝나지 않는 여름의 장마가 다시 시작되고 있으니까요.이치로가 고개를 들어 올리면 커다란 창문에는 수십개의 빗방울들이 흔적을 남기면서부서졌다, 맺혔다를 반복합니다.먹구름이 만들어냈던 그림자의 크기에 허리를 숙였던푸르고 파란 빛깔들이 또 다른 될 여름 장마의 시작을 알립니다.그리고 복도 끝에 보이는 노란색 작은 우산.우리가 함께 썼던 그 우산이 보입니다.비가 내리는데 우산을 써야겠죠.여름의 장마가 내내 그치지 않을 것이므로,누군가의 기억속에 이젠 ….장마에 씻겨 지워져야 하는 사람이 사람이 있다는 사실 또한 기억 될 겁니다.비는 여전히 내릴테니까요.….분명.계속해서.Ending 2.안녕. 나의 동급생.KPC, PC 로스트'키퍼링 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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